흔히 슬로푸드운동을 패스트푸드에 맞서는 식문화운동 정도로 생각하기 쉽상이다.
그런데 슬로푸드운동은 농업의 근간인 생물 종 다양성을 우선과제로 꼽고 있는 사실상의 소비자를 위한 농업교육 캠페인이라고 봐야 한다.
맥도널드, 대형유통체인 등의 공통점은 그 식품이 누가 어떻게 생산한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맛이 일정하다. 이에 비해 슬로푸드운동을 비롯한 생산자-소비자의 식문화 개선 운동은 식품의 원료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그리고 식품 또한 일정한 맛의 규격을 지니되, 생산자에 따라 맛과 풍미가 다르다.
소위 공장형 대량생산방식에 따른 식품산업은 맛의 상업화, 즉 거대 자본을 확보하고 있는 코카콜라를 비롯한 식품대기업과 월마트, 세븐일레븐 등과 같은 유통대기업, 곡물메이저이자 축산기업을 운영하는 카길과 같은 대형농기업, 몬산토로 대변되는 생명공학기업, 광고수익을 위주로 한 매스컴간의 카르텔과 막대한 자본을 동원한 광고마케팅을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 때에 이 광고의 타깃은 소비자다. 농업계 전문가들은 이 대기업들의 소비자를 목표로 한 광고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농업의 최종단계인 음식에서 그 답을 찾았다. 그리고 농업의 첫 단계인 종자와 이를 연관지었다. 생명공학을 통한 종자 개발과는 차원이 다르다.
▲ 슬로푸드문화원 홈페이지 화면
실제로 종자가 음식의 맛에 차지하는 부분은 의외로 상당하다. 쇠고기의 경우 송아지의 유전능력이 쇠고기 맛을 좌우하다시피 한다. 슬로푸드운동은 대기업의 무지막지한 자본과 광고마케팅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요리를 통한 식생활 개선 교육에서 찾았다.
말하자면 농업의 가장 취약한 고리인 소비시장에서 부터 거꾸로 농업생산으로 이어지는 교육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마케팅의 속도는 TV에 비해 더디나 효과는 지속적이고 더 강하다.
슬로푸드운동은 전통식품을 매개로 소비자를 농업안으로 끌어 들이는 공동체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200여개에 달하는 수많은 전통식품 및 토종 종자 발굴과 복원을 위한 프로젝트인 ‘프레지디아’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국제슬로푸드본부의 생물종다양성재단은 소멸위기에 놓인 전통식품과 종자의 복원과 유지를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공동체를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생산 뿐만아니라 여성 농민의 복지, 농촌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까지 관여하고 있다.
슬로푸드 하면 된장이나 고추장, 그리고 김치나 장아찌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슬로푸드 그 이름만큼이나 그 폭과 깊이를 온전하게 접하는 데에는 시간이 적잖게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쉬운 개념은 아니다.
슬로푸드운동은 소비자 식문화운동을 매개로 한 지구촌 농업부흥운동이다. 덧붙이자면, ‘슬로푸드’란 낱말은 자본과 과학의 미명아래 왜곡된 먹거리의 올바른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 즉 ‘자연’을 바탕으로 한 농업의 근본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온 인류의 바람과 지구촌 생명의 미래를 담고 있다.
김성훈 기자 newsking@agrinews.co.kr @ 에그리뉴스 agr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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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3-15 1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