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시와 맞선 농민신문, ‘농협’대변하나?
최근 정부와 지자체의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이 국내 언론을 장식하고 있는 와중에, 농협중앙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농민신문이 대형유통업체에 편향된 기사를 잇따라 보도해 여러 의문을 낳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22일 농림축산식품부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주요 농정업무를 제시하고, 농산물 유통구조개선을 통해서 소비자, 생산자 모두가 만족하는 유통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방송 3사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은 농협을 축으로 한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새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개선방안 비중있게 다뤘다.
그런데 국내 어느 언론보다 이 문제를 심도있게 다뤄야 할 농민신문이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방안을 애써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대형마트’의 산지 직거래를 비롯해 농산물 유통 활성화 방안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대책은 사실상 농협의 국내 농산물 유통시장 지배력 강화방안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농협의 역할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이럼에도 농민신문은 박근혜 정부의 농정과제를 기획기사를 비롯해 사설까지 동원해 보도했음에도 불구, 농산물 유통구조개선 방안은 등한시하고 있다.
농민신문은 최근 ‘박근혜 정부 농정방향 구체화’라는 보도를 통해서 농식품부가▲농식품 산업의 창조경제 ▲농가소득·경영 안정 ▲농촌복지증진 ▲유통구조개선 ▲안전 농식품 안정 공급 등 5대과제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농민신문은 이를 뒷받침하는 ‘박근혜 정부 농정 5년 청사진 6차산업화‘란 제목의 기획기사를 통해서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추진하하는 박근혜 정부의 농정과제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그런데 이 장문의 기사속에는 창조경제와 융복합농업이 강조됐을 뿐, 농협의 역할을 비중있게 담은 유통단계 축소와 직거래를 위주로 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은 어디에도 없었다.
국내 언론들이 농협의 역할과 생산자소비자 직거래에 초점을 맞춰 박근혜 정부의 농정을 보도한 것과는 달리, 농민신문은 알맹이가 빠진 박근혜정부의 농정 과제를 알리는 데 그친 셈이다.
농민신문은 ‘박근혜 대통령 농업관 기대 크다’라는 사설을 싣고, ‘얼마 전 농협하나로클럽을 방문했던 박 대통령이 매 정부마다 농축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농민신문은 그러나 ‘농협을 통한 유통단계 축소와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활성화라는 구체적인 정부의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에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농축산분야에서도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창조경제론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농민신문은 최근 들어 대형유통업체들의 농산물 유통시장 진출 확대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심지어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산지시장 진출과 품질 위주의 구매패턴 변화를 비중있게 다루면서 농업인들에게 대형 유통업체 납품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농민신문이 대형마트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얼마전 서울시가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51개 품목 판매제한 입장을 밝히면서 부터이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농민신문의 최근 보도행태는 서울시 학교급식시장 진출,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참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서울시의 농산물 유통구조개선에 대해 입장을 달리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주요 농정과제로 꼽은 농산물 유통시장 구조개선 정책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침을 대해 애써 모른체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남기고 있다.
실제로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은 2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유통기자간담회에서 생산자단체인 농협을 중심으로 한 유통계열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여 차관은 “올 6월 안성 물류센터 오픈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5대 권역별 ‘도매 물류센터’(밀양·장성·강원·제주센터)를 건립해 운송비 등 물류비용을 50% 절감하고 2070개 지역농협 하나로마트를 체인화해 소비자 편리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안심축산을 축산물 도축·가공·유통·판매를 전담하는 ‘협동조합형 패커’로 육성해 축산물 유통비용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이와 함께 2017년까지 새로운 유형의 직매장 100개소를 설치하고 사이버거래도 활성화한다. 이와 별도로 농산물 수급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음달 생산자·소비자가 함깨 참여하는 ‘수급조절위원회’가 선보인다.
눈에 띄는 부분은 농식품부가 경매로 인한 가격 급등락을 막기 위해 오는 5월 정가·수의매매 확대방안이 마련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의 이런 방침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시장도매인제 도입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서울시는 중도매인들이 가락시장과 도매법인을 거쳐야 하는 경매 일변도의 거래방식에서 탈피해, 중도매인들이 자유롭게 정가·수의매매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럴 경우 중도매인들이 가락시장에서 경매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으니 그만큼 유통단계를 비롯한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으나, 유통과정의 투명성을 저해하고 상인들의 마진만 더 늘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또한 날로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농산물 유통물량이 줄고 있다. 이는 경매를 거치지 않는 유통업체의 산지 직거래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가락시장이 변화하는 농산물 유통환경에 대응하고, 거래방식을 다양화한다는 차원에서 적용가능 품목부터 단계적으로 시장도매인제를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없다.
실제로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추진하고 있는 계약생산과 산지·도·소매 유통 계열화사업은 도매시장 경매 반입물량 축소를 의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농협유통계열화사업은 대형유통업체들이 물류센터까지 동원해 산지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일이 늘면서, 산지시장까지 장악하려는 대형유통업체들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유통시장 여건 변화에 발맞춰 상인들을 품목조합이나 법인으로 전환해서 제도권내로 흡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신문은 일부 ‘농민’과 ‘학자’들을 앞세워 농식품부와 서울시의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기를 쓰고 반대하고 있다.
농민신문은 27일까지 지난해 말부터 무려 10여차례에 걸쳐 사설까지 동원해 가며 농식품부와 서울시의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농산물 유통 정책에 대한 농민신문의 논조와는 달리, 묘하게도 새 정부가 구상하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정책에서 농협중앙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막대하다.
정부와 서울시의 농산물유통구조개선의 중심에 위치한 농협중앙회를 대변하는 농민신문은 이상하게도 정부·지자체의 유통정책 방향과 동떨어진 보도태도를 보이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신문의 회장을 맡을 만큼 농민신문은 농협중앙회의 입장을 대변해 온 자회사이자 농업전문언론매체다.
따라서 농민신문이 농협중앙회의 업무 추진방향과 동떨어진 보도를 사실상 할 수 없다는 게 농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런 농민신문이 대형마트를 감싸며 대형마트의 독과점 문제를 풀기위한 서울시의 입장에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가 하면, 정부의 핵심 쟁책과제인 농산물 유통단계 축소와 직거래 활성화를 등한시 하고 있다.
농민신문의 이같은 논조는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 활성화 의지마저 의심케 하고 있다. 농식품부와 서울시를 뒤로 한 채 대형마트 편에선 농민신문이 농협중앙회와 다른 생각과 입장을 보도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과연 우리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경제사업 활성화에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최근 농민신문의 보도행태와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실천’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김성훈 기자 newsking@agrinews.co.kr @ 에그리뉴스 agr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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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3-15 1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