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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 '변화의 바람'
정부 지자체, 생산자 소비자 협동을 통해 독과점 극복
등록날짜 [ 2013년03월25일 11시58분 ]

서울시가 신선 농수산물 38종을 포함해서 51개 품목에 대한 대형마트 입점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정부가 농산물 직거래망을 대폭 확충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서울시가 ‘품목제한’이라는 카드를 내세워 수도권 농식품 유통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을 옥죄고 있는 와중에, 농축산식품부는 23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농산물 직거래망을 대폭 확충해서 유통비용을 낮춘다는 계획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7단계에 이르는 유통단계를 농협의 산지 출하조직, 5대 권역 도매물류센터, 지역 하나로마트 소매유통망 등 3단계로 줄인다. 또 2016년까지 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지원아래 농산물직거래센터를 20곳에서 100곳으로 늘린다. 특히 농민·소비자가 참여하는 수급조절위원회를 설치해 농축산물 가격을 협의·조정한다.

 

같은 날 KBS는 ‘농축산물 값의 40%가 복잡한 중간상을 거치며 덧씌워지고 있다’며 ‘정부가 농민은 5% 더 받고 소비자는 10% 더 싸게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정부 정책에 힘을 실었다. 특히 ‘질좋은 농축산물이 대형마트보다 20%∼30%싸다’면서, ‘충남 청양 한우고기, 경북 영양 계란, 충북 단양 마늘 등을 정기적으로 직거래하는 장터를 소개해 대형마트에 쏠린 소비심리를 자극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정권마다 유통구조 개선을 말했지만 제대로 못했다면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응수했다.

 

또 ‘농업을 가공·관광서비스까지 결합한 융복합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업무보고에 대해선, “농업이 첨단산업과 거리가 멀다는 인식부터 고쳐서, 농업을 미래산업의 중심으로 키워야 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입장에 부응이라도 하듯 같은 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취임 첫 현장방문으로 서울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농산물 유통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에 앞서 20일 여인홍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은 전북 완주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을 방문하고, 농민·소비자간 신뢰에 기초한 새로운 직거래 모델을 살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농산물 직거래 확대, 생산자 단체 중심의 계열화 등으로 생산자·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맞물려 서울시는 최근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판매품목제한이라는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들고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대안유통체계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8일 한국중소기업학회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대형마트·SSM판매조정가능품목’ 51개를 선정, 발표했다. 이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SSM이 월 2회 휴무하고 있으나 효과가 미흡하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외국처럼 대형마트의 도심 진출을 규제하지 못해서, 기존 상권이 무너졌다며 앞으로 공청회를 통해 판매제한 품목과 갯수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판매제한을 통해 수도권 유통시장을 도맡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를 압박하면서, 일정 부분 대형유통업체들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유통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동을 통한 새로운 경제를 역설하고 있는 것 만큼, 전통시장 활성화와 함께 협동조합 형태의 새로운 유통채널이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13일 ‘협동조합도시, 서울’ 조성 위한 ‘협동조합 활성화 기본계획’ 설명회에서 “협동조합은 양극화를 해결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 자영업의 몰락을 막아 지속가능한 안정적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 해체와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튼튼한 안전망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다”며 “향후 10년간 협동조합 수를 8,000개까지 확대하고 경제규모를 지역내 총생산(GRDP) 5% 규모인 14조 3,700여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도 그럴것이 서울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으로 참여해 4월 1일 20곳을 시작으로 서울시내 2,000개에 달하는 소규모 소매점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행복나눔협동조합을 지원하고 나섰다.

행복나눔협동조합은 소매 유통망을 통해 생산자들이 공급하는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먹거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행복나눔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판매장은 탈북자, 장애인 등을 고용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새 일자리를 창출한다.

 

서울시는 특히 ‘전통시장’을 협동조합 육성의 핵심전략 분야로 꼽고 있어, 앞으로 대형유통업체들의 독과점을 제어하고,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생산자·소비자가 참여하는 협동조합형 유통채널 마련에 적잖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협동조합 활성화 조례’를 통해 지원 근거를 마련한 서울시는 공공성이 강한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을 비롯해 공동육아, 돌봄, 보건의료, 주택, 베이비부머, 비정규직 등 7대전략분야 협동조합에 대해 임대 보증금 1억원, 사업비 8,000만원까지 지원한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래 이달까지 새로 생겨난 협동조합은 500여개. 서울시에서만 200여개가 넘는 각종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협동조합 운동을 정부가 정책사업화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정부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으로 생산·유통사업에 진출하는 공동체지원농업(CSA)에 대한 부처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공동체지원농업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 중에 있는 로컬푸드 운동의 대표적 실행방식으로 기존의 소매유통·생산자 중심의 농산물 유통이 아닌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쌍방향 유통이다.

 

공동체지원농업은 소비자의 참여 정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영중이다. 유럽·미국의 경우 소비자가 생산계획 수립부터 수확까지 직접 참여하고, 풍·흉작에 따른 위험도 공유하는 등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농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농협중앙회·대형마트·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유통구조 개선 TF 농산물분과를 구성했다.

 

기획재정부는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유통구조, 독과점에 따른 경쟁부족, 가격·원가정보의 비대칭성 등 구조적 문제가 물가안정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TF를 통해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를 개선, 물가안정에 기여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소비자와 생산자 참여를 유도하고 산지 공동작업장, 생산자 조직화, 로컬푸드 직매장 운영을 지원해 올해 각 도별로 1~2개씩 총 10개 CSA사업체를 선정한다.

 

또 10억원을 들여 통합 정보 경영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시스템은 소비자에게 꾸러미농산물과 직매장 운영 현황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정부는 소비지 직매장 설치를 위해 한곳당 2억원 한도에서 융자 지원한다. 또 사업체 한곳당 공동작업장 설치 4억원, 로컬푸드 직매장 3억원, 계약재배 자금 10억원(융자 포함) 등을 지원한다.

 

농식품부는 4월 말까지 사업체 및 소비지 직매장 선정을 완료하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꾸러미 사업 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많은 이들이 서울시의 대형유통업체 판매제한 조치가 실제로 현실화할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농식품 유통시장은 자본과 기업 주도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국내외 자본의 강고한 독과점에 도전하는 우리나라의 농수축산식품 유통시장의 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올들어 농식품 유통시장의 중심부에서 드세지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협동조합, 슬로푸드, 로컬푸드, 친환경농업과 같은 농업의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농식품 유통의 변화는 바로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는 우리 농업의 혁명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성훈 기자 newsking@agrinews.co.kr @에그리뉴스 http://agr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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