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몇 농가나 시설변경 하겠나”
축산법 개정으로 ‘축산업 등록제’가 ‘가축사육업 허가제’로 변경돼 다음달 2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축산업 규제강화에 따른 축산 농민들의 불만이 이어져 왔지만 시행을 한 달 앞둔 지금도 농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축산업 허가는 축사의 적정 위치, 소독·방역시설 등 설치, 단위면적당 사육기준 준수, 축산 종사자 교육을 이수해야한다. 축산업 등록제가 허가제로 변경되면서 기존 축산농가들도 허가 기준에 충족하는 시설을 새롭게 갖춰야하고, 축산업 신규 진입 농가의 경우 주거 밀집지역, 도로 인근, 축산관련시설(도축장, 사료공장, 원유집유장, 종축장) 등의 일정거리 이내에서는 신규허가가 제한됐다.
이에 따라 축산농민들은 시설을 새로 수리하거나 설치해야 하는 기존축산농가에도 축산업 허가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우농민 김태완 씨는 “개정된 축산법 기준에 충족하도록 시설을 바꿀 농민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사료값 폭등과 축산물 수입으로 농민이 살기 힘든 세상을 만들어 놓고 많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요즘 축산 농민들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시설을 뜯어고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사먹을지 옷을 사 입을지 선택하라는 것과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부의 대책은 ‘축사시설현대화사업비’를 통해 지원할 계획이지만 농민들은 이마저도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양돈농민 장명진 씨는 “대부분 축산 농민들은 담보를 잡혀 빚을 내고 사료값이나 경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쌓인 빚이 누적되면서 담보능력도 없는데 어떻게 지원을 받을 수 있나. 또 축산농민들이 구조조정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제도가 얼마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 축산농가 중 허가기준 시설 미보유 농가는 전체 10만5,043농가로 금액만 해도 4,284억원이 소요된다. 권우순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정부자금도 담보를 설정해 뒷받침 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정부에서 어려운 농가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놔도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에서는 피해를 막기 위해 담보를 설정하는 것은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기존 축산 농가들이 농장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축사를 지을 경우 가축사육 거리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김태완 씨는 “만약 개정된 축산법의 가축 사육 거리제한 기준에 위치한 곳에 내 농장이 있다면, 농장을 더 신축하려고 할 때 기존 농장 바로 옆에 농장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법 기준에 맞는 장소를 찾다보면 멀리 떨어진 곳에 축사를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료를 구매할 때 드는 운송비용이나 노동 분산 등에 따른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 씨는 “어제 오늘 주변에서 축산업을 그만뒀다는 소식을 연이어 듣고 있다. 이렇게 무너져 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사고로 접근하기 때문에 현장의 농민들과 더욱 멀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축산업 허가대상 농가(사육면적이 50㎡ 이상, 소 7두, 돼지 60두. 닭 1,000수, 오리 160수 이상 사육)와 가축사육업 등록대상 농가(사육면적 50㎡ 미만 농가와 그 외 양, 사슴, 가금류 사육)는 축산종사자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과목은 축산법규, 가축방역·질병관리, 친환경 축산·동물 복지 등이다.
양돈농민 손현용 씨는 “의식변화를 위한 교육이라면 받아야겠다. 하지만 축산 농민들이 이해할 수 있고, 생산성이 있는 교육을 하면 좋은데 정부는 농민의 요구와 동 떨어지는 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 교육이 필요하고, 규제 강화 교육만 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축산업 허가제를 통해 농장을 주거지역, 지방도 이상 도로, 축산관련시설과 거리를 두는 가축사육 거리제한과 단위면적당 사육기준을 설정해 가축질병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김희은 기자>
한국농정신문 2013년 01월 20일 (일) 13:37:55 김희은 기자 khe2453@naver.com |
기사최종편집일:2024-03-15 1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