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의 특산물로는 예로부터 유명했던 ‘문경 사과’와 함께 ‘문경 오미자’를 손꼽을 수 있다. 하지만 문경에서 오미자를 본격적으로 재배해 상품화 시킨 것은 불과 15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한다. 지난 ’96년도에 처음 문경시 동로면에서 약 2000평 농지에서 재배를 시작한 오미자가 지금은 문경 전역에 총 800ha의 면적으로 재배되면서 각종 오미자 가공식품이 개발·판매 되고 있다. 이렇게 문경오미자산업의 3대 주축인 생산, 가공, 유통이 삼위일체 되기까지는 한 여성 공무원의 집념과 끈기, 과감한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경 오미자를 산업화로 이끌어 관내 농가소득안정화의 주역인 문경시농업기술센터 김미자(43) 팀장을 만나본다.
문경오미자이야기 Mungyeong Omija story
조선시대
각종 인문지리기록에 문경 특산물로 수록
1993
야생 오미자 이식재배시험 시도
1996
유휴 산지 및 고령 농가 소득시범사업으로 재배시작
2000
농산물가공지원센터 건립
2006
문경오미자산업특구 지정
2007
제4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 대통령상 수상
2008
대한민국대표브랜드 대상(친환경농산물부문)
여성소비자가 뽑은 프리미엄브랜드대상 수상
문경오미자산업특구 우수특구 선정
2009
문경오미자 지리적표시제 등록
대한민국대표브랜드 대상(친환경농산물부문)
2010
대한민국대표브랜드 대상(친환경농산물부문)
2011
대한민국대표브랜드 대상(친환경농산물부문)
2012
대한민국대표브랜드 대상(친환경농산물부문)
탄광도시 문경의 신성장 동력은 ‘관광-먹거리 상품’
한강 이남의 대표적인 탄광도시로 유명한 문경으로 김미자 팀장이 발령받은 것은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지 4년째 되던 해인 1996년의 일이었다.
산악지대가 많아 경지율이 14%밖에 되지 않던 문경은 원래 탄광으로 발전했던 지역이었지만 90년대에 이르러 석탄 광산들이 대부분 폐광에 이르게 되자 급속도로 지역경제가 위축되던 시기에 문경에 발을 딛게 된 김 팀장은 문경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게 된다.
당시 문경시는 폐광을 배경으로 관광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나 관광상품과 연계한 대표적인 먹거리가 크게 부족한 때였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면서 지도교수로부터 “앞으로 농업생산은 한계가 있으니 농가공쪽으로 연구해 농촌 소득향상을 꾀하라”는 가르침에 충실했던 김 팀장은 자신의 전공분야를 활용해 문경의 대표적인 먹거리 개발에 연구를 집중했다.
김 팀장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당시로는 한약재의 일종으로 여겨졌던 오미자였다.
한약재인 오미자를 ‘먹거리로 탈바꿈’
오미자는 조선시대 각종 인문지리기록에 문경 특산물로 소개됐기 때문에 문경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손색이 없었다.
오미자는 단맛과 신맛, 짠맛과 쓴맛, 매운맛 등 다섯 가지 맛을 지니고 시잔드린·고미신·시트럴·사과산·시트르산 등의 성분이 들어 있어 심장을 강하게 하고 혈압을 내리며 면역력을 높여 주어 강장제로 쓴다. 또한 폐 기능을 강하게 하고 진해·거담 작용이 있어서 기침이나 갈증 등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듯 그때 당시에 오미자는 한약재로만 여겨지던 때였다.
이에 김미자 팀장은 오미자의 새콤달콤한 맛에 착안해 식품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 팀장은 자신이 문경에 전입해 온 해인 ’96년을 생생히 기억한다.
“96년도에 처음으로 동로면의 외딴 야지 2000평에 오미자를 심어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16년전 일”이라며 “약재가 아닌 음식, 먹거리로 개발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문경시와 김 팀장의 노력으로 점차 ‘오미자 청’, ‘오미자 잼’, ‘오미자 와인’, 각종 ‘오미자 음료’ 등의 다양한 제품들이 탄생하게 됐다.
본격적인 오미자 가공생산시설 도입
오미자를 재배해 생산하고 이에 맞춰 오미자 식품을 개발, 상품화시키는데 노력하던 김 팀장에게 새로운 어려움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오미자를 수확해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가공생산을 해야 하는데 당시 오미자를 서서히 재배해 키우는 농가는 있어도 오미자 가공시설을 본격적으로 갖춘 농가나 업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오미자 가공을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닌 김미자 팀장의 노력의 결실이 결국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00년 당시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지역농산물 가공장비지원사업을 각고의 노력 끝에 문경에 유치해 결국 농산물가공지원센터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당시 농산물 가공장비 28대를 들여놓고 시작했지만 12년이 지난 현재 농산물가공지원센터는 가공개발실과 육가공실, 가공교육장, 창업보육 생산플랜트, 그리고 공동이용 사과주스플랜트 시설 등 총 130여대로 늘어나 지역농가소득 안정화에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농산물가공지원센터는 단순한 오미자 재배 및 생산을 하던 농가로 하여금 오미자 가공식품 업체로의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이를 통해 각 오미자 재배 농가들의 수익은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등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기술개발·교육·창업실습 컨설팅 - 오미자 특구의 핵심
문경시 농산물가공지원센터는 단순히 하드웨어상으로 농산물 가공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시설에 알맞은 소프트웨어를 개발, 관내 농업인들을 철저하게 트레이닝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오미자 가공지원센터와 사과가공지원센터, 그리고 문경에서 나는 각종 산채 처리시설과 향토음식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농산물 가공상품을 위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이를 농업인들에게 전수시켜 실질적인 농가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리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지난 2005년에 세팅한 시스템이 어디하나 개선할 필요 없이 지금도 잘 운영되고 있다”며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한자리에 모아 복합적인 부가가치를 극대화 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가공지원센터에서 오미자나 사과 등을 직접 생산하는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농산물 가공희망농가에 대해 창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가 개발한 각종 가공기술을 농업인들에게 아낌없이 전달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기술개발과 농업인 교육, 그리고 창업실습이 바로 지금의 문경 오미자가 크게 활성화되는데 밑거름이 됐고 김 팀장 개인적으로도 가장 큰 자랑거리가 됐다.
센터는 오미자 가공기술 특허와 상표를 등록하고 창업을 희망하는 농업인에게 1년간 시설 기술과 상표를 제공해 창업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과 창업실습을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다. 대신 창업하게 되면 문경에서 나는 오미자를 사용토록 요구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연간 4000톤 가량의 오미자를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약 45% 가까운 분량을 기록하게 됐고 문경은 명실상부 오미자 주산지로써 뿐만 아니라 오미자가공 식품개발, 생산, 판매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이른바 ‘오미자산업 특구’로 지정(2006년)되게 되면서 지금까지도 전국의 오미자 가격은 문경에서 좌우하게 될 정도로 발전하게 됐다.
이로 인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을 친환경 농산물부문에서 5년연속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문경에서 오미자 산업으로 올리는 총 수익은 무려 800억원(2011년 기준)에 이른다. 문경 관내 800여 오미자 생산농가가 약 40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가공공장 60여 곳이 약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문경에서 생산하는 오미자의 70% 이상을 지역내 가공공장과 주민들이 소화해내는 탄탄한 지역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됐다.
유통과 판매처 개발에 국내외 넘나들어
김미자 팀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안정된 판매처를 확보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각종 식품박람회와 상품홍보전 등은 웬만한 곳은 다 다녀봤다고 이야기 한다. 영국 BBC방송에서는 문경 오미자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소개되기도 했고 일본에서의 홍보전에서는 반응이 너무 좋아 수출에 희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출에는 아직 많은 장애가 따르고 있다.
김 팀장은 “현재 일본이나 중국에서 오미자는 아직도 약용작물로 취급돼 가공식품이라도 약재로 40% 넘는 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수출이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며 “중국에서 오미자 원자재를 한국으로 들여올 때는 식품으로(관세 12%) 들어오지만 한국에서 가공식품으로 나갈 땐 약재로 취급해 관세를 40% 내게하는 등 형평상에 맞지 않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김 팀장은 문경의 특산물 판매를 높이기 위해 ‘문경가가호호 프로젝트’를 추진해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직거래 기회(식품, 음식, 체험장 등)를 마련해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짜고 있으며 문경시에서는 이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문경농부 확인증 발급 등의 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오미자 산업, 1차 산업이 아닌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이렇듯 김미자 팀장의 오미자산업에 열정은 문경 관내 농업인들 사이에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언제 부터인가 문경 농업인들은 김미자 팀장을 ‘오미자 팀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문경의 한 오미자 가공생산업체 관계자는 “오늘날 오미자를 문경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산업화 시킨 주역이 바로 김미자 팀장”이라며 “유쾌한 심성과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유연한 성격, 그리고 한번 몰입하면 지칠 줄 모르고 반드시 해내는 끈기와 열정이 김 팀장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문경에서 오미자에 대한 문제점이 발생하면 항상 그 끝은 김 팀장에서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김 팀장에게 몰리는 일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지만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자기일을 충실하게 수행해 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작게나마 김 팀장 개인적으로도 빛을 보게 됐다. 지난 2009년, 농촌지도대상을 문경에서는 처음으로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김 팀장은 이제 오미자 산업이 단순히 재배, 가공 생산, 판매로 끝나면 안된다고 강변한다.
“문경 하면 오미자 특구로 인식시키고 이에 맞는 관광상품을 기획·개발해 농가공상품 판매와 체험농장, 숙박시설 등 관광상품 판매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농업과 문화관광 사업이 복합해 고령화 된 농촌에 새로운 소득원으로 개발해야 소규모 지역 농촌사회가 부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광민 기자 kmed7@yahoo.co.kr
게재일자 2012/11/16 |
기사최종편집일:2024-03-15 1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