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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업체 버티기에 한 발도 못 뗀 ‘원유가 협상’…낙농가 분통
8월부터 새 가격 반영 불구 유업체 협상위원 선정 거부 생산비 폭등에 농가는 궁지 “즉각 협상 나서라” 촉구
등록날짜 [ 2022년07월08일 13시59분 ]
 원유기본가격 조정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유업체로 구성된 수요자 측에서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가들은 생산비 급등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유업계가 외면하고 있다며 즉각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낙농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의 원유 생산 및 공급 규정에 따라 통계청의 생산비 발표 후 1개월 안에 원유기본가격 조정 협상을 마쳐야 한다.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일 경우에만 협상을 통해 조정할 수 있고 생산자·수요자 등으로 구성된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에서 가격 조정 절차를 진행한다. 여기서 합의한 최종안이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과하면 8월 1일 생산분부터 조정가격을 반영한다.

올해도 통계청은 지난 5월 축산물 생산비를 발표했다. 2021년 리터당 우유 생산비는 843원으로, 2020년(809원) 보다 4.2%(34원) 증가했다. 생산비 증감률이 ±4%를 넘은 만큼 올해 원유기본가격 조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올해 원유기본가격 협상 범위는 우유 생산비 증가분(34원)과 2020년 유보분(18.67원)을 감안해 리터당 47~58원 사이다.

하지만 가격 조정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는 열리지 못하고 있다. 생산자들은 이미 위원 3명을 선임했지만 수요자(유업체) 측에서 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서 위원회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원유기본가격 연동제 파기와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 등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원유기본가격 조정 협상을 정부의 낙농제도개편과 연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사료가격을 비롯한 각종 비용 증가로 생산비가 폭등한 상황에서 원유기본가격 인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충남지역 낙농가 A씨는 “올 봄보다 배합사료가격은 20~30원, TMR 가격은 50원 정도 상승했다. 여기에 건초가격도 급등하는 등 모든 게 올랐다. 불과 3년 전보다 생산비가 최소 30%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또 “생산비 상승과 함께 정부의 낙농제도개편 추진 여파로 낙농업에 희망을 느끼지 못한 일부 농가들이 목장을 정리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 지역만 해도 2톤 이상 납유하는 일부 농가가 목장을 내놨다”며 “이런 현상이 가속화돼 낙농 생산기반이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텐데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악화되고 있는 낙농 생산기반이 더 가속화되기 전에 최소한의 소득 보장을 위한 원유기본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낙농가들은 유업계가 원유기본가격 협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청년분과위원회는 1일 ‘청년 후계 낙농인들을 더 이상 사지로 몰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청년 후계 낙농인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료가격으로 부채와 원금은커녕 이자 상환조차 할 수 없는 도산위기에 놓였다”면서 “하지만 유가공협회장은 낙농진흥회 규정에 따라 당연히 이행해야 할 원유가격 조정 협상을 거부하고 낙농대책이 확정되지 않으면 협상장에 나오지 않겠다며 정부 뒤에 숨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유가공협회장은 즉각 원유가격 협상장으로 나올 것”을 요구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단도 6월 29일 입장문에서 “정부가 낙농가의 요구사항을 묵살하면서 기존 안을 고수하고 유업체의 원유기본가격 협상 거부가 지속된다면 조만간 사생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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