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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 온실가스 감축 참여 위해선 경제적 유인책 있어야”
KREI 생생현장토론회 ‘저탄소 농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
등록날짜 [ 2022년03월30일 15시28분 ]
 농업부문 온실가스 감축수단에 대한 농업인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업환경지불금’ 도입 등 경제적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설정되고, 탄소 저감기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농업인들이 실천하지 않으면 ‘2050 탄소중립’ 실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이하 농경연)은 지난 24일 충남 부여군 농업인회관에서 제1회 생생현장 토론회를 개최하고, ‘저탄소농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을 주제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수단을 개발하고, 농업인 눈높이에 맞는 기술교육과 마을단위 공동 활동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우리나라 농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약 2470만톤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2.9%를 차지한다. 지난 10월 발표된 ‘2050 국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농업부문은 2030년까지 26.6%, 2050년까지 38%를 감축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2030년까지 메탄 발생량의 30%를 감축해야 하는 국제 메탄서약에 가입하면서 농축산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전체 메탄 배출량 가운데 농축산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43%(벼 재배 22.7%, 장내발효와 축산분뇨 21.1%)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농축산부문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경종분야의 경우 간단관개와 논물 얕게대기 등의 논물 관리방식 개선과 농경지 질소질비료 사용 저감, 축산부문의 경우 저메탄 사료 개발과 가축분뇨 퇴액비 투입량 감소, 스마트축사 보급을 통한 축산 생산성 향상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성재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논면적이 감소하면서 경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7년 이후 줄고 있는 추세지만, 축산부문은 가축 사육두수 증가로 인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경종부문의 경우 감축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에 결국 축산 부문에 대한 탄소배출 감축 압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고투입 농업으로 인해 면적당 배출량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데 비해 생산액 대비 배출량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 온실가스 감축정책으로 생산성이 저하될 경우 농업인들의 정책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성 부연구위원은 “국내 여건과 감축수단의 특징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규제보다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선택형 직불을 활용한 농업환경지불금 도입이 유효한 정책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이나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사업 등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저탄소 농업 지원정책은 인지도가 낮고 농가 참여 유인이 부족해 성과가 저조하다”면서 “사업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경제적 유인책을 개발하고, 행정 업무를 간소화하되, 저탄소 인증 농산물에 대한 인식 향상 및 시장 차별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길재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농업환경에너지팀장은 “이제 농업부문도 기후변화 피해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해결자로 나서야 한다”면서 “바이오차 같은 탄소저장 물질을 만든다든가, 토양에 탄소를 고정하는 농법을 개발한다든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 자원 에너지화 사업 등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탄소중립은 전 지구적 과제로 민간기업들도 이제 자발적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나서고 있다”면서 “탄소중립과 관련한 글로벌 시장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농업계도 이러한 시장의 흐름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정학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탄소 농업 활성화 방안으로 △경제적 인센티브 △탄소 감축기술 개발·보급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그는 “농업인 인장에서 보면 저탄소 농업 실천과정에서 노동력이 증가할 수도 있고, 높은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산성이 감소할 수도 있다”면서 “농업인의 수용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식품부나 지자체 뿐만 아니라 지역 내 유관기관, 대학, 연구소 등이 협력적으로 일을 해야만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농업인과 어떻게 협력적 거버넌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 또 농업환경지불금이나 탄소 감축 프로그램이 도입된다면 이걸 마을 단위로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농가 단위로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여군에서 토마토 스마트팜 원예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우듬지팜 서상교 이사는 공기열 히트펌프 설치를 통한 탄소 감축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공기열 히트펌프 방식으로 냉난방 시스템을 운영, 에너지 비용과 시설 유지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있다‘면서 ”화석연료를 사용했을 때보다 2000평 기준으로 동절기 에너지 비용이 약 65% 정도 줄었고, 여름에는 수확시기 조절이 가능해 시세 영향을 적게 받았다. 또 탄소배출권 거래 승인제도를 획득, 회사의 수익원으로도 일조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설비지원사업이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성우 이도헌 대표는 '백 투 베이직(Back to the Basic)'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온실가스 감축이 하루아침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기본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정책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것. 이 대표는 “농가 참여를 유인하기 위한 보조사업도 필요하지만,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시장 구조나 인센티브 구조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농업 안에서만 보지 말고 향후 기후변화와 관계돼서 소비, 유통, 운송, 에너지 정책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 농업이 어떤 정책을 수립해야 농업인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고 수입 농산물에 대해서도 제대로 저항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은규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 수산관리부장은 논물 관리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은 현장 여건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주은규 부장은 “현재 농촌은 고령화에다 일손 부족도 심각한 상황인데, 개별 농가들이 논물 관리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농어촌공사가 저수지나 양수장을 통해 농업용수를 통제할 수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논물 관리보다는 “농지 범용화를 통해 논물을 가두지 않아도 되는 밭작물 재배를 유도하는게 메탄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면서 “밭작물 기계화만 이뤄진다면 소득도 훨씬 높기 때문에 밭농업으로의 전환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학운 부여군 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도 논물 관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데 의견을 보탰다. 그는 대안으로 생육기간이 150~170일인 중만생종 대신 조생종벼를 재배할 경우 80~90일이면 수확이 가능해 메탄가스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조생종 재배농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물 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직파재배를 독려하거나, 발효균이 충분해 탄산가스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발효퇴비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검토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봄추경보다는 가을추경을 했을 경우 가스발생량을 줄일 수 있고, 다년생 잡초 발생도 억제할 수 있다”면서 “가을추경을 하는 농가에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충남 홍성의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협동조합의 황바람 책임연구원은 마을단위 거버넌스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기술을 현장에 보급하고자 할 때, 도대체 이게 왜 필요한지,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농업인들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농업인 교육과 컨설팅은 물론 이행계획 수립이나 모니터링이 가능한 지역단위의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에서도 저탄소 농업 활성화와 관련, ‘인센티브’ 부문을 가장 비중에게 고민 중이다. 공익직불금의 하나로 지급하거나, 별도로 사업화할 수도 있는데, 실제 어떤 활동에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를 줘야 탄소 절감에 도움이 되는지 검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배출량이나 감축량을 측정하는 부분, 또 탄소 감축에 대한 농업인들의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교육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또 개별 농가에 대한 인센티브와 더불어 농가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 중간조직이나 마을단위 공동 활동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도 지적이 있었지만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이나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 등 기존에 추진 중인 정부의 저탄소농업 지원사업만으로는 실제 현장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부분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다각적인 정책 노력을 기울여나갈 계획이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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