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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손쓸 틈 없이 순식간에 잿더미…살아남은 게 다행”
집·하우스, 저장시설 다 타고 관리기 등 농기계까지 피해 양봉농가 벌통도 한 줌 재로 극심한 겨울가뭄에 강풍 겹쳐 더딘 진화에 피해규모 눈덩이
등록날짜 [ 2022년03월11일 15시38분 ]
 “다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 다행입니다.”

지난 3월 5일 오전 11시 강원도 동해시 어달동에서 상추 등 하우스 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정연근 씨는 갑자기 밀어닥치는 산불을 피해 90세 노모와 함께 도망쳐 나와 목숨을 건졌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날도 하우스에서 모종을 관리하던 중 먼 산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자기 집과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알고 일을 하던 중 바람을 타고 날아온 불씨가 강풍에 번지면서 순식간에 정씨의 집까지 불어 닥친 것이다.

이번 산불로 정씨는 80㎡ 주택과 1500㎡2 비닐하우스, 저장시설과 관리시설 등이 모두 타버리고 관리기 등 농기계도 대부분 타버리는 피해를 입었다.

동해시 양봉농가 엄기윤 씨는 다 타버린 벌통을 말없이 바라보다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주저앉았다. 벌들이 있어야 할 벌통은 사라지고 불에 타 검게 변한 철근 지붕과 타 죽은 애벌레와 벌이 가득 차 있었다.
 


3월 7일 15시 현재 아직 강릉과 동해시 산불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에 따르면 동해안 산불로 인해 1만6755ha의 산림 피해가 추정된다. 지역별로는 경북 울진 1만239ha, 삼척 656ha, 영월 80ha, 강릉 1천900ha, 동해 2100ha 피해가 추정된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지만, 울진 272개, 동해 63 등 343개 주택이 소실됐다.

7일에도 소발헬기 40여대는 인근의 농어촌공사관리 저수지를 중심으로 물을 퍼 날으며 진화에 총력을 다 하고 있었다.

산불로 지역주민들의 피해가 확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3월 6일 경북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를 방문해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경상북도 울진 지역과 강원도 삼척 지역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강릉과 동해 삼척을 오가며 산불진화를 진두지휘 했으며 산불이 진화되면 복구에 총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은 사실상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겨울과 봄 가뭄으로 건조한 날씨와 봄마다 부는 동해안 강풍이 겹치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13.3mm에 그쳤다. 최근 30년 평균의 약 15% 수준이다.

1~2월 대구·경북 강수량은 5mm, 강원 동해안은 11.6mm로 같은 기간 30년 평균 강수량에 비해 각각 7.6%, 12.8%에 불과했다. 동해안은 지역 특성상 보통 2월에 많은 눈이 내리지만 올 2월에는 3.4cm 내리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강원 동해안 산지는 바짝 말라 1월 16일부터 건조특보가 발효 중이다.
 


울진 산불로 막대한 면적의 산림 피해와 농가주택 및 축사, 비닐하우스 시설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울진 산불은 발생 5일째인 3월 7일 오전 현재까지 진화율은 40%에 거쳐 이후 산불로 인한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산불로 인한 시설물 피해는 주택 272채, 창고 94개소, 비닐하우스 14개소, 축사 14개소 등 총 404개소의 시설물이 전소되거나 반소되는 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불 진화작업에 나섰던 최웅렬 한농연울진군연합회장은 “지난 가을부터 울진지역에 제대로 된 비가 적어 매우 건조한 상태에서 바람도 강해 산불 확산이 급속히 이뤄진 것 같다”며 “북면 일대 피해가 가장 심해 산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2~3곳의 마을 전체가 화마로 소실되는 피해를 당했으며, 축사와 비닐하우스, 퇴비사 등 농업관련 시설물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신속한 산불 진화와 피해 복구를 당부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오른쪽)가 최병암 산림청장과 함께 헬기로 울진 산불 현장을 둘러보고 안전하고 조속한 진화 작업을 당부했다. 
동해·삼척·울진=백종운·조성제 기자 baekjw@agrinet.co.kr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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