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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2번, ‘명절’만이라도 농축수산 선물가액 올려야"
등록날짜 [ 2021년08월20일 11시10분 ]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오는 9월이면 5년을 맞는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교원, 언론인 등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정된 법이다. 2015년 3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

과도한 접대문화 개선 등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 청렴도 제고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로 인해 설이나 추석 등 명절 대목시장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농축수산물의 판매가 막대한 타격을 받는다는 점. 명절 때마다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조정 요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농업계에서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농식품 선물 수요가 집중되는 설·추석 명절만이라도 선물가액 상향을 정례화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부패 방지라는 ‘청탁금지법’의 입법 취지는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산 농축수산물의 소비 위축은 막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청탁금지법 제정과 시행령 개정 경과

청탁금지법은 크게 △금품 수수 금지 △부정 청탁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 세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공직자를 비롯해 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 등 법안 대상자들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어도 1회 100만원(연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 1회 100만원(연 300만원) 이하는 수수금액의 2~5배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다만 직무의 원활한 수행, 사교·의례, 부조 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에 대해서는 상한액을 설정했다. 법안 시행 초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 기준이었다.

법 제정 당시 농축수산업계는 “현실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가격 제한으로 수입농산품 장려법이 될 수 있다”며 “금품 범위에 농축수산물을 제외하거나 상한액을 탄력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 시행 이후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번째 명절인 2017년 설 당시 국내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124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8%나 감소했다. 국내산 쇠고기(-24%), 과일(-31%), 홍삼제품(-17%) 등 전통적으로 잘 나가던 품목의 감소폭이 컸다. 80~90%가 선물용으로 소비되는 화훼 분야는 직격탄을 맞았다. 인사철, 졸업식·입학식,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어버이날 등이 몰려 있는 1~5월(2017년) 화훼 거래금액이 전년동기대비 33.7% 급감했다.

농축수산업계의 피해가 커지자 2017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농수축산물에 한해 선물 상한액을 10만원으로 올리고, 경조사비는 5만원(화환과 조화는 10만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한다.

이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추석(9.10~10.4)과 올해 설 명절기간(1.19~2.14), 농수축산 선물가액 한도를 20만원까지 일시적으로 상향조정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급식 중단, 외식 감소 등으로 극심한 소비위축을 겪고 있는 농축산어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농민단체와 협동조합 회장단은 물론 각 부처 장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선물가액 상향 조정을 요구한 덕분이다.
 

◆선물가액 상향 조정 ‘효과 입증’

실제 청탁금지법상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 조정은 명절 선물 판매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청탁금지법 상한액 조정이 농수산식품 선물 판매에 미친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보고서(‘농축산물 소비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8년 선물가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결과 ‘5만원 초과 10만원 이하’ 추석선물 판매량은 2017년 보다 49.66%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0년 추석 상한액(10만원→20만원) 한시 조정으로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전체 농수산물 선물 판매량은 2019년 대비 약 30.45%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과일의 경우엔 무려 62.74%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의 분석대상 자료는 대형유통업체(4개), 백화점(2개), 온라인 쇼핑몰(2개) 등 총 8개 업체에서 판매된 2017~2020년도 추석 명절 기간 농수산물 선물 매출자료로, 8개 업체가 우리나라 전체 농식품 선물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0%라고 가정할 때 2020년 청탁금지법 상한액 상향 조정을 통한 농축산물 선물 판매액 증가 효과는 약 182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책임을 맡은 김병률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의 경우 집중호우와 장마에 따른 수해 피해로 과일의 수급 상황이 좋지 않았고 이에 따라 품질별로 가격 상승 폭이 컸는데, 이런 상황에서 만약 선물가액 상향 조정이 없었다면, 다른 품목의 선물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처럼 예상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해 높은 가격대의 농수산물 선물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농수산물 선물 수요가 집중되는 명절 시기만이라도 한시적으로 청탁금지법 상한액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주저하는 권익위, 신속한 결단 필요

올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업계는 차제에 명절 선물가액 상향을 정례화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는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으로, 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내부 반발이 심해 의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 전원위원회는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 양석준 상명대 교수는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대상이지만 일반 기업이나 국민들도 대부분 이 기준을 준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실상 민간 영역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고, 이에 따라 농축수산식품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양 교수는 “우리 농축수산물이 값싼 수입산과 경쟁하려면 고품질 고가전략이 필요한데, 명절 선물시장은 고급제품을 만들어 비싸게 팔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면서 “농수축산물에 한해 선물가액을 높이면 차별화를 원하는 소비자의 선택 우선순위에 농수축산물이 올라갈 확률이 높아지고, 그만큼 소비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건비는 물론 포장비·자재비·물류비 등 모든 비용이 줄줄이 급등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영 농업회사법인 도담 대표는 “코로나19로 귀성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올 추석에도 분명히 선물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하지만 산지 작황이 예상보다 부진해 선물세트에 들어갈 고품위 물량이 많지 않고, 여기에 박스비나 자재비, 인건비 등도 30% 이상 올라 선물가액 상향 조정이 안되면 백화점 등의 선물 수요는 다른 품목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대표는 “추석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코로나 상생 재난지원금도 나눠주는 만큼 선물가액을 높이면 추가로 정부 예산을 들이지 않으면서 농축수산물 소비 진작을 통해 농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학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청렴 사회를 만들겠다는 청탁금지법 취지는 공감하나 의도치 않게 국내산 농수산물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과 급격한 기후·환경변화로 농수산물 생산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민을 위해 이번 추석에도 선물가액을 반드시 상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사진 맨 왼쪽)와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7일 정부종합청사 국민권위원회를 방문, 전현희 위원장에게 ‘청탁금지법’ 한도 상향 공동건의문을 전달했다. 
◆국회·광역단체장들도 선물가액 상향 요구 ‘잰걸음’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장인 이개호(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절기간에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을 20만원까지 허용하도록 하는 청탁금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0일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설 및 추석명절 이전 30일부터 종료 후 7일 이내의 의례적인 선물의 경우 우리 농축수산물에 한해 그 가액을 20만원 한도 내에서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당 송재호(제주시 갑) 의원은 명절 기간 농수산품과 장애인 생산품 선물 가액을 별도로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냈고, 국민의힘 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법 개정안을 내놨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아예 명절 등 특정 기간에 농축수산물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최형두 의원은 “농수축산물은 공산품이나 사치품과 달리 부정청탁거래 대상이 되기 어려운 품목”이라면서 “관련 형법 등을 통해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 만큼 농수축산물의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문제가 없고, 도리어 농수축산업의 과도한 위축 및 그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역단체장들도 직접 나섰다. 지난 17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찾은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올해 추석 청탁금지법상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한도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할 것을 공동 건의했다.

김영록 지사는 "계속되는 코로나19와 자연재해 등으로 삼중고를 겪는 농어업인 지원을 위해 이번 추석명절 선물가액 상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권익위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해 이를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철우 지사도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향은 신속한 경기부양이 가능하고 300만 농어업인뿐만 아니라 660만 소상공인까지 이어지는 경제 효과로 재난지원금에 버금가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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