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GMO를 둘러싸고 논란이 적지 않다.
GMO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시민사회단체의 토론회가 열리는 만큼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GMO의 위험성이 일부에 의해 부풀려지면서 사람들의 괜한 공포심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식인들의 날선 비판을 담은 세미나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런데 GMO의 타당성을 판단하기가 그리 어려운 일일까?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수많은 부작용 사례는 차치하더라도, 인위적으로 제초제와 살충제 유전인자를 다른 생명체에 주입해서 곤충을 멀리하고 풀들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생물을 만들어 낸다면 주변 생명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다.
열매가 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벌같은 곤충이 사라지면 농작물 생산 또한 원활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데도 GMO가 식량 부족시대를 대비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자주 접하던 제비는 이미 오래전부터 강남에서 돌아올 줄 모른다. 단순히 먹을 게 줄어들어 제비가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자연의 순환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알고 있진 못하지만 최근 들어 자취를 감춘 나비, 그리고 잠자리떼는 떠올리면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종말론을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자연과 맞서는 일이 과연 바른 모습일까?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적잖은 사람들이 제대로 먹지 않고서 바르게 살기 어려운 스스로의 주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자연의 이치를 파악하기엔 아직도 인간의 지혜는 미흡하기에 그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생명을 조작하고 자연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한 것일 따름이다.
작금의 도시 사람들은 대체 매일같이 먹는 음식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면서 살고 있을까? 안전성을 내세우면서도 값을 낮춰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마전 매우 인상깊은 일을 겪었다. 바로 배합사료는 물론 옥수수 한톨도 먹이지 않은 젖소의 우유를 맛본 것이다.
풀냄새가 진하게 풍기며 목장의 향취를 그대로 담은 듯한 유기농 우유였다. 이런 식으로 우유를 생산하자면 농가 입장에선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우유 생산량 자체가 급감한다. 적어도 절반 이상의 우유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내가 맛본 유기농우유 (아래 사진) 값은 일반 우유의 두배였다. 생산비와 감량을 고려한다면 더 받아야 하는데 사정이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흔히 친환경 축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종종하곤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가능했다. 도시 사람들이 먹는 것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신경 쓴다면 어렵지 않을 거라 여긴다.
언젠가 아내가 유기농 우유를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은데 값이 두배가 비싸서 고민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얘기했다. 반만 먹여도 좋으니 유기농 우유를 먹이는 게 낫다고 그랬다.
우리나라가 수출 주도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사람들이 은근히 비교우위에 밀린 농민 농촌 농업을 천대하는 일이 만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웃 일본 사람들은 원전 피해이후 식품의 안전성 문제 매우 민감해져 있다. 미국과 함께 세계 2강으로 꼽히는 중국은 과도한 개발로 인해 물이 밥보다 더 귀하다고 한다.
매일같이 터지는 불량식품 문제로 중국인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난개발로 인해 목이 따가울 정도로 오염된 환경에다, 믿고 먹을 수 없는 먹거리로 인해 그들의 스트레스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바꿔 말하면 편안하게 먹는 일조차 어려워진다면 그건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가는 정상적인 나라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많은 소비자들은 아직도 대형마트의 카트속 풍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직거래는 물가를 낮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보다 나은 음식을 믿고 먹기 위한 수단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많은 사람들은 농업을 천대하면서 세상이 더 살기좋게 바뀔 것이라 여기고 있을까? 그렇다면 농촌을 열등하고 버려진 땅 정도로 여기며 계속 그리 살기 바란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어제 저녁에 재일교포를 만났다. 같이 자리하는 분이 대뜸 "요즘 일본에선 반한 감정이 사회문제화하고 있다지요?"라고 물었다. 재일교포는 많은 사람들은 그런 생각이나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반한감정이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 말은 들은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쭉 살라고 하세요! 안타깝지만 어쩌겠어요?"
내 얘기가 실감나지 않은 분들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고자 한다.
"혹시 하루에 한번쯤 밥을 먹으며 농민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는지요? 그들의 존재를 고맙게 여긴 적은 있지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언젠가 라디오를 통해서 기독교 농민회에서 오랫동안 일한 농부의 원망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도시 교인들이 당연히 생명을 키우는 하늘의 일을 대신하고 있는 농부를 도와 직거래에 나설 것이라 여겼건만, 도시 교인들을 설득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한탄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밥을 먹으면서 농사를 짓는 농부를 떠올릴 수 없다면, 우리라 교육은 장애를 안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스마트폰을 고르며 기능을 세심히 따지고 비교하는 사람들이 우유를 마시면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자란, 어느 지역의 젖소가 짜낸 것인지 한번쯤 의문을 지니지 않았다면 참으로 걱정스런 일이다. 스마트폰이 자신의 건강, 아니 생명보다 더 소중하다니 더욱 문제다. GMO 농축산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럴까?
김성훈 newsking@agrinews.co.kr @ 에그리뉴스 agr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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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3-15 1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