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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거래를 위한 '기초'빠진 농산물유통구조개선 정책,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반드시 이루겠다고 약속한 것이 농산물유통구조개선이다. 그 대안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직거래다.
그렇다면 직거래는 왜 풀기가 쉽지 않은 숙제로 아직까지 남아 있을까?
상품의 흐름에 있어 많은 이들이 산지, 도매, 소매 등과 같은 유통단계와 기반시설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분을 나누고 독과점을 유지시키는 것 중의 하나가 정보와 지식이다.
현재 산지와 소비지의 직거래에 있어 핵심적인 것은 무엇보다 정보이다. 작금의 소비자는 어느 지역의 어떤 생산자가 어떤 농산물을,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출하하느냐를 알 수 없다. 이는 중소상인 또한 비슷한 처지다. 직거래장터 정보를 전하는 채널 역시 마땅치 않다.
정부 지자체 관련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농어업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소비자들에게 공개하고 나눠야 한다. 품목별, 지역별, 출하시기별, 생산량별로 산지 농가를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요즘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빅데이터의 활용이 중요해 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곳은 대기업 정도이다. 소비자의 참여를 더 늘리려 한다면 스마트폰, PC, 스마트TV 등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산지정보를 검색하고 연락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복잡한 첨단 결제시스템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실시간으로 전화번호를 검색해서 휴대폰 터치 한번으로 생산자와 통화할 수 있는 연락처를 안내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이렇게 해서 출하시기가 다가오면 소비자, 생협, 소상공인 등으로부터 걸려 오는 주문으로 인해 산지 농민들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생산자-소비가 직거래가 활성화하면 이론적으로 지역농협이나 농협중앙회의 역할을 축소된다. 가격의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수집상-도매상-소매상인으로 이어지는 기존 유통망과, 산지농협-물류센터-판매장으로 이어지는 농협 유통망은 내용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사실 정부와 농협이 내세운 농협 중심의 유통계열화는 산지수집-물류센터-대형마트로 이어지는 대기업 유통망과도 다를 바 없다.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면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그만큼 줄어든다.
쉽게 보자면 기존 농산물 유통망과 농협 중심의 유통계열화는 공공성의 적고 많음의 차이가 있을 뿐, 이론적으로 비용이 줄어들 여지는 적어 보인다.
산지 농산물 데이터베이스가 소비자 손에 넘겨진다면 농협이 할 일이 줄어들까? 아니다. 농협은 도시민에게 농민·농촌·농업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소비자 운동을 벌여 나가야 한다. 농협은 생산자단체,생협,시민단체,협동조합 등과 연계해 식생활 교육을 비롯한 소비자운동에 동참하고, 지원하며 이끌어 나가야 한다.
창간때니 지금이나 다름없는 농민신문의 지면중 절반을 식생활 개선 운동과 직거래 정보, 귀농귀촌 정보로 메워도 좋을 일이다. 농협중앙회를 대변하는 농민신문의 지면 개선은 곧 ‘변화’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입장을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농업관련 보도의 변화는 농민신문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농업전문언론을 비롯한 모든 언론에도 반영돼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는 대도시의 경제적 약자로 전락한 소상공인들을 위해 우리 농산물을 소재로한 음식 레시피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은 물론 공동 홍보사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지 수집상, 도매상인들과 유통 인프라를 공유하고 공동체 마케팅에 대한 그림도 그려야 한다. 이들과 지역농협이나 산지농산물유통센터(APC)가 보유하고 있는 품목별 재고량을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교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친환경 급식을 위한 체계마련에도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빠뜨려선 안되는 과제는 농협이 생산자-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뒷받침하는 택배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의 금융사업과 유통사업을 총망라해서 농어촌으로 부터 도심에 이르기 까지 수도 없이 많은 점포를 네트워크화 하고, 물류비 부담을 덜어야 한다.
그동안 농협이 택배사업에 뛰어들려고 할 때면 우체국이 대출업무까지 취급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아서, 농협의 택배사업은 번번이 좌절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서 한미FTA발효로 인해 특혜 논란을 빚은 우체국의 금융사업 확대는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이는 지주회사 도입과 은행법의 무차별 적용을 골자로 한 농협 금융사업의 민영화 추진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우체국의 고유사업이라는 이유로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을 막아선 안된다. 농촌과 도심에 걸친 거대한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의 물류기반시설을 이제 적극 활용해야 할 때다.
[사진설명]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2011년 11월 연임에 성공한 이후 택배업 진출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8월 농협이 중견 택배회사인 L사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았다.
물류업계는 농협이 택배업에 진출하면 저단가경쟁이 다시 불거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본부장 강석률)는 올들어 2월 19일부터 28일까지 친환경 농산물 회원제 택배사업인 ‘송키밥상’ 회원을 추가 모집하는 등 친환경 농산물 판매 활성화에 나섰다.
농산물유통구조개선, 즉 직거래를 위해 정부와 농협이 돈이 많이 들고, 경영위험이 뒤따르는 기반시설 건립에 치중할 일이 아니다.
농협중앙회는 우선 소비자에게 원활한 정보를 공개하고, 소비자들을 위한 농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생산자-소비자간 직거래를 지원하는 택배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정부와 농협은 유통단계 축소와 기반시설만을 내세웠을 뿐 가장 시급한 이 세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한다.
온 국민이 가꿔 온 농협의 농산물유통구조개선은 대형유통업체와는 달라야 한다. 대기업의 것을 도용해봐야 승산이 없을뿐더러 결과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소상공인·농민 조합원과의 긴밀한 협력, 농산물 유통 정보의 공개, 도심과 농촌에 걸친 수많은 점포를 활용한 물류망 구축이 농협 중심의 새로운 대안 유통체계를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한다.
김성훈 기자 newsking@agrinews.co.kr @ 에그리뉴스 agrinews.kr |
기사최종편집일:2024-03-15 1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