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의 피해는 재해만이 아니었다. 지난해부터 수확기에 비가 집중되는 것을 비롯해 습도가 높아지면서 저장중인 농산물이 썩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고소진을 위한 가공사업의 활성화 ▲기능성 소재의 포장재 보급 확대 ▲수확후 처리 기술의 개선 등과 같은 다양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
3일 민간 농식품유통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무안지역을 중심으로 산지 저장고에 보관된 양파의 60%까지 썩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수확기 습도가 높아진 반면 수확후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너무 많은 양의 양파가 썩어서 농협을 비롯한 식자재 유통업체들이 공급에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내부에선 우리 실정에 적합한 건조방식과 설비를 보급해서 저장하는 농산물이 썩어서 출하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나타나는 지나친 부패 현상은 수확후 처리에 대한 지식과 기술, 기반시설 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대학이 과거에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남미식 열풍건조 방식을 도입해 양파 꼭지 부분이 검은색으로 변하는 일명 꼭지병이 만연했다”며 “이런 방법과 시설을 도입한 산지 농협들이 수백억원대의 피해를 입는 일이 벌어지면서, 산지 농협들이 수확후 처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 농업여건과 작목에 걸맞는 건조방식과 설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 현실에 맞게 적은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는 건풍건조 방식을 쓰면 저장중에 썩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면서 “실제 일선 농협이 건풍건조 방식을 도입한 이래 이런 현상을 말끔히 차단할 수 있었다”고 지나친 농산물 부패현상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건조방식 및 설비와는 별도로, 최근 나타나고 있는 농산물의 부패현상은 가공제품 개발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북지역에서 고구마를 원료로 한 가공제품을 출시해 커다란 관심을 모은 바 있는 농식품 가공기업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고구마가 썩는 현상이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고구마가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가공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농업계 관계자들은 또한 기능성 포장재를 통한 부패현장을 낮추는 방법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천연 신소재를 함유한 포장재를 개발해, 농산물의 신선도를 효과적으로 유지하는 특허기술과 생산능력을 보유한 벤처기업의 관계자는 “선도유지 패드와 저장백과 같은 기능성 포장재를 활용해서 실험한 결과 고구마의 경우 상온에서 70일을 놔뒀음에도 문제가 없었다”면서 “지난해말 풍년이라 기뻐했던 제주 감귤 농가들이 수확기 집중 호우로 인해 저장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농산물의 유통과 저장과정에서 선도를 유지해주는 대형 저장팩을 사용할 경우 부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은 최근 이상 기후에 따른 재해발생이 만성화함에 따라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재해보험제도 개선, 농업기반시설 보완 및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농산물 재해대책을 잇따라 선보이며 농가피해 방지에 애쓰고 있다.
김성훈 기자 newsking@agrinews.co.kr @ 에그리뉴스 agr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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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3-15 1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