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개선, 농협개혁이 먼저다
얼마전 새 정부가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서 농정과제를 내놓았다. 핵심은 농협을 중심으로 농산물유통구조개혁이었다. 농산물유통구조개선을 추진하는 새 정부의 농정과제에서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의 비중은 매우 커 보인다.
새 정부 농정의 출범은 우려했던 것과 달리 괜찮은 편이다. 총론에서는 어느 정도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걱정이 되는 점은 각론이다.
정부의 정책 내용에서와 같이 농산물 유통구조개선은 사실상 농협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농협 개혁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를 골자로한 농협법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한다.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런 와중에 협동조합을 앞세운 서울시가 대형마트를 옥죄는 유통혁명에 나서고 있다. 출발은 괜찮은 편이다. 이런 흐름이 농협의 온전한 개혁으로 까지 지속됐으면 한다.
그래서 신경분리를 전면 재검토하고, 주식회사로 전락한 농협은행을 지속가능한 농업금융으로 유지시켰으면 한다.
또한 지역농협들이 농협은행에 자금운영을 위탁한 상호금융자금을 농협중앙회 경제사업과 농협은행에 출자토록 해서 농민 조합원들이 농협중앙회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
요즘 안정적인 직장을 바라는 유능한 인재들이 농협중앙회에 입사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에게서 농민 농촌 농업의 채취를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학위를 받기위해 뜻모를 농민 농촌 농업을 남발하는 논문을 썼던 나의 학창시절을 되돌아 보곤 한다.
농협중앙회의 젊은 직원들에게 유통을 앞세우기 전에 우선 식생활 교육을 권했으면 한다. 말이 식생활 교육이지 사실상 농업의 가치, 즉 생명의 철학을 담은 인성 교육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업무보고에서 역대 정권들이 저마다 농산물 유통구조를 바꾸려 했지만 실패했다면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은 대형마트를 견제하는 것이나 유통단계를 줄인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농협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진정한 농협개혁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붙였다 떼놓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올바른 농협개혁은 농협직원들이 저마다 농업의 가치를 깨닫고 실천하는 마음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래서 농산물유통구조개선은 해묵은 숙제로 남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자체와 뜻을 모아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혁할 수 있다면 그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것은 농협을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그 중요성 만큼이나 농민 농촌 농업에 돌이 킬 수 없는 극약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농자재시장을 생산 유통면에서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는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이 힘을 합친다면 농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동부그룹과 같은 막대한 자본과 기반을 앞세운 대기업이라고 할지라도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이 용인하지 않는 이상 영농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가 진정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농산물 유통구조개선을 바란다면 농협을 먼저 바로 세워야 한다. 농협 직원들이 농민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지닐때 비로소 농협개혁은 가능할 것이다.
김성훈 기자 newsking@agrinews.co.kr @ 에그리뉴스 http://agr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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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3-15 1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