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보다 대형마트, 농민신문 왜 이러나?
정부와 서울시가 대기업의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골목상권과 생산자-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형 농산물 유통시장 개선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자회사인 농민신문을 동원한 농협중앙회의 대형마트 감싸기는 볼썽 사나울 정도이다.
농민신문은 최근 서울시가 대형마트의 독과점으로 인한 생산자 소비자의 종속현상 심화, 그리고 골목상권의 붕괴를 더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대형마트 판매제한 조치를 단행하자, 이에 반발하는 기사를 실어 눈살을 찌프리게 했다.
농민신문의 이런 보도행태는 대안유통체계로 꼽히고 있는 소비자가 참여하는 협동조합형 직거래 강화, 그리고 농민과 골목상권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의 권익보호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대형유통업체들의 하청으로 전락한 씁쓸한 우리 농협의 단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농민신문의 이런 언어난동은 3월 27일치 신문에서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 대형마트, 품종차별화·자체기준 강화 추세...농산물 구매전략 바뀐다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15087
대형마트의 산지시장 장악은 생산자들을 옥죄고 생산자 수취가격 하락은 물론 친환경 농산물 생산과 유통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럼에도 농민신문은 이런 현실은 나몰라라하면서 오히려 대형마트가 산지시장마저 장악하고 있는 것이 마치 우리 농산물 품질을 드높이는 것 마냥 호도하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는 산지 시장 장악을 통해 가락시장 중도매인, 그리고 재래시장으로 이어지는 농산물 유통망마저 흡수하고 있다.
이런 독과점 현상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도 불이익을 안겨다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형유통업체들의 과도한 시장지배력 강화는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지자체 등 정부의 정책 대안 마련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농민신문의 대형유통업체 관련 보도에서 안정적인 판로 개척을 통해 산지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책임지고 팔아야 하는 농협 고유의 사업영역마저 대형마트에 내놓고 있음에도 이에 따른 위기감은 전혀 찾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농민신문은 오히려 농민들에게 대형마트의 산지 농산물 구매패턴에 맞추도록 권유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지시장마저 직접 통제에 들어간 대형마트 구매 패턴의 변화는 구매 헐 값에 구입한 친환경 농산물을 비싼 값에 팔아 이윤을 늘리고, 소비자들의 친환경농산물 소비확대를 억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필요이상으로 높은 대형유통업체들의 친환경농산물 값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친환경 농산물 보다는 대형마트가 내세우는 품질이 떨어지는 농산물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기 일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친환경농산물이 대형마트의 잇속을 채우는 미끼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소미자단체의 유통시장 조사결과 산지 소값과 한우고기 소비자 값의 비연동성은 대형마트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지 소값하락에도 한우 소비자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대형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심각했다는 것이다. 반면 생산자가 운영하는 한우정육식당의 경우 소비자 판매가격의 산지가격 연동성이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축산물 판매장의 구석으로 밀려난 한우고기 진열대는 이미 대형마트의 간판으로 자리한 미국산, 호주산 쇠고기 판촉을 위한 미끼상품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서울시의 대형마트 판매제한 품목 선정에 대해 소비자의 원스톱 쇼핑의 편의성이 훼손된다는 것을 골자로 한 분석기사를 내보내며 대기업 감싸기에 열중하고 있다.
반면 KBS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은 대놓고 대형마트 가격과 생산자 직거래 시장의 농산물 값을 비교하며 도시 소비자들의 직거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적잖은 언론이 사회적 약자 보호차원에서 서울시의 대형마트 판매제한 방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 지자체가 소비자가 참여하는 농업의 변화를 독려하고 있는 와중에, 최근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농민신문의 잇따른 대형마트관련 보도는 정부·지자체를 중심으로 대형마트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모델 구축 시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농민신문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보도는 농민보다는 대기업에 더 가까운 오늘날 농협중앙회의 현주소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일선 지역농협들이 이익 환원차원에서 구독료를 지불하고 농민조합원들에게 무상으로 배포하고 있는 농민신문이 우리 농산물 유통시장에서 농협을 무릎꿇린 대형마트를 감싸고 두둔하는 이상한보도를 되풀이하고 있다.
※ 농민신문 보도 내용
○ 서울시 대형마트·SSM 판매제한 품목 선정
농가·산지출하조직 반발 확산
도매시장에 농산물 출하 몰려 값폭락 우려
타지자체 중소상인, 규제도입 요구에 ‘촉각’
▶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15128
○ [기획]대형유통업체 변화하는 농산물 구매전략(상)홈플러스·롯데마트
대량 공동구매 통해 매입단가 낮춰
규모화된 산지농협 등과 거래 확대
자체 포장센터 이용해 원가 절감도
▶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15127
농민신문이 이제 제호를 바꿔야 할 때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지금 농민신문은 도심에 있는 대형마트 바이어들의 입장에 귀기울이기 보다는 갈수록 수위가 드높아가는 대형유통업체들의 후려치기에 멍든 농촌 현장의 농심에 다가서야 할 때다.
앞으로도 농민신문이 일선 농협들과 산지시장 확보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을 두둔하는 홍보전단지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농민 조합원들 또한 농민신문에 대한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이라 여긴다.
농민신문이 계속해서 대형마트를 옹호하는 보도를 일삼는다면 더 이상 농민신문의 보급 부수가 농협중앙회의 지역농협 지원의 잣대가 돼선 안될 것이며, 지역농협이 벌어들인 이익이 농민신문 구독료로 쓰여선 안될 일이다.
아울러 농민신문이 지금 대형유통업체 판매제한에 따른 지엽적인 문제를 놓고 몸달아 하며 대형마트 기사를 쏟아내기 보다는 ▲정부·지자체가 추진하는 소비자와 연대한 농식품 유통시장 개선 ▲도매시장과 재래시장을 잇는 기존 상권의 개선과 지속가능성을 점검하고 ▲농협의 계약생산 확대와 유통시장 지배력 강화를 모색하기를 바란다.
농산물 유통시장 보도의 전문성은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다양한 정보보다는 우리 농업의 가치와 식문화에 기반한 사회협동(조합)형 농산물 유통방식, 나아가 독과점의 폐해를 양산하는 자본중심의 유통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 유통체계의 미래를 제시할 때에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 여긴다.
김성훈 기자 newsking@agrinews.co.kr @에그리뉴스 http://agr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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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3-15 1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