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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농업교육,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유럽의 중고등학교 정규과목에는 영어 수학 제2외국의 과학외에도 경제학, 경영학과 함께 농업과학 이라는 과목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과목을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친다면 입시를 고민하는 부모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유럽의 교육이 잘 못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근래 이태리, 프랑스 등 유럽으로 부터 전해진 슬로푸드운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집에서 상자를 이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도시농업 또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밖에 어린이들의 인성과 창의 학습을 위한 교육농장의 가치 또한 남다르게 와닿고 있다.
농식품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난 2009년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가 출범했다.
슬로푸드운동, 식생활국민교육, 교육농장 등은 모두 우리 농업가치의 재발견과 저변 확대라는 기치아래 추진되고 있다.
농업의 가치가 단순히 농수축산물에 그치지 않고 생물의 다양성과 생산, 그리고 유통 소비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이런 운동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운동차원에서 시범적으로 이뤄질 뿐 확산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먹거리는 우리의 삶과 생명을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자 복지이다. 음식은 오랜기간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문화자산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공기의 소중함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처럼 농업의 중요성을 잊고 살아갈 때가 많다. 하루에 세 번 밥을 먹지만 그 밥의 재료인 쌀의 품종, 그리고 쌀 생산자의 노고, 쌀의 유통과 가공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농업은 생명의 시작이자 우리 사회과 경제의 기본이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나 농업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안전한 음식 섭취를 통한 건강한 삶 유지를 차치하더라고 우선 고용창출효과는 그 어느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고용효과가 10만명에 그치는 데에 반해서 농업의 고용유발효과는 수백만명에 달한다.
예를 들어 돼지 한 마리를 놓고보면 돼지를 키우기 위해선 농민, 수의사, 동물약품업체, 사료업체, 축사시설업체, 분뇨처리(퇴비)업체, 도축장, 판매장(도소매 유통업체), 식당 등 다양한 고용창출이 돼지의 생산과 맞물려 있다.
이러하기에 선진국에선 농관련산업(agribusiness)라고 해서 농장 사료 비료 종자 농기계 의약품 농약 기타농자재는 물론이거니와 식품가공장 백화점 편의점 할인점 음식점(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 농촌(체험)관광 등을 포괄해서 농업이라 칭하고 있다.
실제로 수많은 요즘 농민들은 외식산업, 수출(무역), 가공, 체험 서비스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교육을 이수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농업의 특성상 환경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생물자원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생명공학은 농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생명공학과 관련한 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은 대부분 농과대학 출신들이다.
농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는 생명공학산업의 기초분야이다. 실제로 부가가치가 막대한 신약 개발에 있어 원재료 추출과 초기 임상실험을 위한 동식물 실험은 농업분야 과학자들이 도맡고 있다.
이렇게 농업의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보니 선진국의 중고등학교 정규과목에 경제학 경영학과 함께 농업과학이 등장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역사가 낳은 불세출의 대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모두 농업을 천하의 근본이라 칭하지만 실제로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은 적다”고 말한 바 있다.
육체의 노동력이 소요되는 농업을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두고 빗대어 말한 것이다.
그만큼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농민은 나라를 지탱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농업의 가치에 대해선 올바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라는 세대가 우리 농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지닐 때에 농산물 시장개방과 자동차·휴대폰 수출과 맞바꾸는 어처구니 없는 통상협상은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어렵사리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국민농업교육을 정부가 나서서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농업을 육성하는 길이야 말로 고용을 안정시키고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기초적인 복지인 안전한 먹거리 공급과 식량주권 문제는 언급치 않아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농업과학을 청소년들을 위한 주된 교과과목으로 다루고 있는 유럽의 나라들이 특이한 것이 아니다. 이것이 생소한 우리의 교육이 잘 못돼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청소년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채 영재가 되기만을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든다.
농업(식생활), 미디어(언론), 정치에 대한 이해 등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를 지속적으로 지탱하기 위한 역할에 대해선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과 같은 선진국에선 농업부가 아니라 교육부가 인성 및 창의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농업교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농업의 가치를 올바르게 공유하는 사회야 말로 진정한 선진국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사회가 국격을 말할 수 있다고 본다.
‘성장호르몬’ 사용을 놓고 미국과 무역전쟁을 불러일으킨 유럽인들은 미국의 협상대표단을 향해서 “식품의 안전성은 국민의 의식과 비례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국격은 그 나라의 농촌 농업이 처한 현실, 그리고 농민에 대한 인식과 비례하는 것이 아닐까?
농민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부, 농민에게 항상 감사함을 잊지 않는 국민, 이런 정부와 국민이 꾸려가는 나라가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국이다.
대체 제 몸속의 살과 뼈를 이루며 피를 만드는 음식이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키운 농수축산물을 사용했는지에 대해 무감각한 상황에서 품격을 논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농업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김성훈 기자 newsking@agrinews.co.kr @에그리뉴스 http://agr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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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2024-03-15 1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