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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에게 거짓말하는 경제학
등록날짜 [ 2013년08월20일 00시25분 ]
 


글쓴이는 오늘 <한국농정신문>에서 매우 인상적인 사설과 칼럼을 읽었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49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KREI 농가 설문조사결과, 77.7%가 쌀 관세화에 찬성’이라는 보도 자료가 일제히 배포됐다고 한다.

 

농경연은 설문문항에 관세화의 유리함과 관세화 유예의 불리함을 설명해 사실상 관세화를 유도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설문조사는 농경연이 관리하는 쌀 표본농가들을 기초로 이뤄져 여론조작에 가깝다는 논란을 유발하고 있다.

2015년 이후 쌀관세화는 WTO회원국 권리 포기

그도 그럴것이 농업농민정책연구소 장경호 박사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쌀의 의무수입 물량은 2014년의 40만톤 수준에서 묶어두되, 관세화로 전환하지 않으며 DDA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발효된 우르과이라운드(UR) 농산물협정에 따라 관세화 유예의 댓가로 매년 MMA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했다.

 

이에 따라 1995년 국내 소비량의 1%에 해당하는 약 5만톤을 의무 수입했다. 의무 수입물량은 정해진 비율에 따라 매년 증가했는데, 10년차인 2004년에는 국내 소비량의 4%에 해당하는 약 20만톤을 수입해야 했다.

 

당초 10년의 관세화 유예 기간이 2004년으로 종료되었고, 재협상을 벌인 결과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다시 1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에 의무수입 물량을 약 40만톤까지 더 늘려야 했다.

 

당시에 현상 유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와 통상관료 그리고 기득권 동맹들은 DDA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는 엉터리 전망을 제시하면서 다른 모든 회원국들이 이미 2000년과 2004년 상태에서 현상유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 서둘러 쌀재협상을 마무리하면서 10년간의 추가적인 의무를 덜컥 합의해 준 것이다.

 

이 때문에 쌀의 의무수입 물량이 2014년까지 40만톤 수준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2014년으로 끝나는 쌀관세화 유예 이후에도 여전히 DDA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한국도 당연히 다른 WTO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현상유지(standing still)를 선택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

 

관세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제 쌀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약 400% 내외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관세화로 전환해도 쌀수입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제 쌀값의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특히 덤핑수출의 가능성도 고려한다면 고율의 관세가 중장기적으로 쌀수입을 막는 실효성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다.

 

특히 관세화로 전환할 경우 한미FTA 혹은 한중FTA와 맞물려 관세장벽 자체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외교전문 고발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FTA 공식 서명직후인 지난 2007년 8월 29일 미국의 얼 포머로이 하원의원(민주당)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현재로는 쌀문제를 다룰 수 없지만 2014년 WTO의 쌀관세화 유예기간이 끝나면 한국 정부가 미국과 다시 협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죽은 학문으로 전락한 농업경시 경제학

같은 날, <한국농정신문>에는 한물간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되뇌이는데 급급한 앵무새 학자들을 비난하는 윤석원 중앙대 교수의 칼럼이 실렸다.

 

윤 교수는 “세계화 신자유주의 시대는 이미 종언을 고했음에도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이 땅의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은 아직도 신자유주의 시대의 한물간 패러다임에 매몰돼 있다”며 “경제학자들과 경제 관료들이 이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려 있으며 도무지 나아지려 하지 않는다. 아니 아픈지도 모르고 산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대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이미 우리 시대를 더 이상 진단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예측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안을 제시할 능력도 없고, 현실과 동떨어진 대안만을 양산하는 죽은 학문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현대경제이론을 무분별하게 농업.농촌.농민 문제에 적용하려는 관변 농업경제학자들이 득세하고 있다”면서 “최근 정부가 쌀목표가격을 4,000원만 올린다고 했을 때 관변 농업경제학자들은 가격을 높이면 쌀 면적이 늘어나고, 생산량이 증대되면 가격이 하락하여, 결국 농가가 손해라는 경제논리를 들고 나왔다”고 성토했다.

 

쌀 생산은 가격이라는 변수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재배면적▲작황▲단수▲가격▲대체재가격▲농기계사용료▲농자재가격▲농기계화율, 그리고 식량주권과 같은 수없이 많은 변수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럼에도 가격이 오르면 생산량이 늘어난다는 비현실적인 주장은 죽은 경제논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지구생태, 양극화, 교육문화 불평등 해결하는 경제학 필요

이들 경제학자가 쓴 글을 되짚어 보면서 글쓴이는 묘하게도 지난 2010년 원로 경제학자가 후학들에게 남긴 가르침을 다시금 일깨웠다. 아래는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노학자가 남긴 말을 기록한 글이다.

나는 오늘 하는 얘기가 어떤 형태로는 기록되길 바란다.
 

1965년부터 대학 강단에서 경제학 강의를 해왔고 이제 45년이 됐다. 고백하건대 처음 25년은 잘못 가르쳤다는 생각이 든다. 신고전학파 이론을 중심으로 신고전학파 경제이론을 경제현상의 변화와는 유리하여 앵무새처럼 가르친 것에 대해 반성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가 경제를 주도하고 언론이 상업화 독과점 되어 있고 시장만능주의 경제정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주류 경제학도는 저항에 몰입한 나머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좌파의 멍에가 되고 있다.

 

1998년과 2008년 불어닥친 세계적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해 주류(mainstream)경제학은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들 경제공학자들(Economic Technologists)의 예측을 이젠 아무도 믿지 않는다. 예측의 토대가 되는 부분분석(partial analysis)에 불과한 연구논문들을 누가 발주하고 있는가? 과연 용역업자와 교수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는 냉철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동안 경제학 타이틀을 달고 가설투성이의 계량경제학 모델이나 만들어 자가 도취하는 사이 경제현상과 경제이론이 동떨어져 따로 노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교수들은 미국 유학파 중심으로 다투어 대기업, 전경련, 상공회의소, 무역협회, 경단련, 그리고 재벌 언론의 비위를 맞추며 시장경제와 신자유주의만이 인류를 빈곤으로부터 구제할 것이라고 믿고 찬양하는 연구와 강의를 해왔다.

 

제2차 금융위기가 나타나면서 다수 언론이 “신자유주의는 죽었다. 인간적 경제학이 살아나야 한다.”고 말을 뒤집고 있다. 그나마 양식이 있는 일부 경제학자들은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런 주장을 새삼스레 흉내내고 있다. 부끄럽지 않은가?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절대 죽지 않는다. 기득권 세력과 유착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자유주의자들은 지금도 시장경제야말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고 노래한다.

 

(묘하게도) 시장경제의 가장 큰 적(敵)은 시장경제만이 인류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하는 독과점 대기업, 독과점 언론, 권력유지에 눈이 먼 개발주의 권력이다.

 

나는 이제 경제학이 새로운 대안을 창출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실정에서 북유럽의 모델인 휴머니즘에 입각한 사회적 시장경제가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리되 모든 사람의 행복을 중시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도 무시하지 않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경제학은 피(血)도 있고 살(肉)도 있고 혼이 있는 인간을 살리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

 

지금 지구촌과 우리 삶 속에는 일찍이 겪지 못한 난제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는 그 중에서도 유념해야 할 문제다. 단언컨대 신자유주의로는 이같은 전지구(global)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위기를 직면하고도 시장경제를 통한 신자유주의적인 극복 방안을 찾아 허둥대고 있다. 이제 사회적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의 오늘을 지탱해온 자연과 환경생태계와 뭇 생명체를 보듬어 안고 함께 사는 방법을 찾는 생명의 철학이 필요하다.

 

나는 한국에서 살아 숨쉬는 뭇 인간과 생명체를 위한 생태경제학을 말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되짚어 본다.

 

이 시대에 “참 경제학”을 공부하려는 이라면 부익부 빈익빈을 어떻게 풀 것인지, 사회적 소외계층의 의료복지 교육 문화적 낙오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리고 전지구적 종말을 재촉하는 생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아쉽게도 지금 우리나라 경제학자들은 용역사업하기에 너무 바쁘다. 학자라는 사람들이 밥벌이 교수직에 안주하여 돈을 주지 않으면 연구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자기기만이고 자기모순이다.

 

사회적 문제와 경쟁에서 낙오하고 있는 약자들을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학자가 적어졌다. 직업인으로서의 교수, 보직자로서의 교수만 존재하고 진정한 선비학자가 줄어들고 있다.

 

진정한 애정으로 제자를 키우고 생명의 사상과 이론을 물려줄 수 있는 스승이 사라지고 있다. 공부하려는 학생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학문을 대할 뿐이다.

 

한국 경제학은 환경생태학, 사회경제학, 문화경제학 측면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은 기업이 주도하는 흐름을 경쟁력이라 표현하고 있다. 이제 경제학도는 무엇이 옳은 길인지 말해야 한다.

김성훈 newsking@agrinews.co.kr 에그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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