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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슬로푸드, 황홀한 속살
슬로푸드,‘울릉’가다 ② 태하(학포)리 만물상전망대민박
등록날짜 [ 2013년04월11일 20시49분 ]



슬로푸드,‘울릉’가다 ② 태하(학포)리 만물상전망대민박

 


울릉의 비경을 간직한 태하리. 울릉도 서면 태하리 남서쪽에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학포항이 자리잡고 있다.

 


 

 

 


 

태하리 해안가는 기암괴석과 절벽, 그리고 해안동굴에 이르기 까지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특히 코발트빛 맑은 바닷물 아래로 키가 수십미터에 달하는 수초숲은 아직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결함 마저 느끼게 한다.


 


 

이 곳에서 오랫동안 농어업에 종사하면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석근씨의 만물상전망대민박집을 접할 수 있다.

 


울릉도에선 보기 드물에 1만평에 달하는 밭에서 더덕, 부지갱이 ,삼나물, 미역취 등을 재배하는 최 씨는 태하리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좋은 곳에서 민박집을 운영해 오고 있다.


 


 

지난 4일 울릉군과 전략적제휴(MOU)를 체결한 슬로푸드문화원 방문단 일행은 최 씨의 민박집에 방문해서 하루밤을 묵었다.

 


이날 저녁식사 메뉴는 울릉도 특산물인 오징어, 그리고 삼겹살을 한데 섞은 오삼불고기. 싱싱한 오징어 살은 육지에서 맛보던 오삼불고기와는 색다른 맛을 전했다. 싱싱한 문어회 또한 별미였다.


 


 


 

최 씨는 오삼불고기와 잘 어울릴만한 지역의 술을 권했다. 이름하여 울릉도 마가목술이다. 해풍이 매섭게 몰아치는 성인봉의 원시림에서 자란다는 마가목은 예로부터 혈액순환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실제로 조선시대 명의 이경희는 ‘과제비급’이란 책에서 마가목으로 술을 담궈 마시면 서른 여석가지의 중풍을 모두 고칠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좋은 술과 고기가 나왔건만, 저녁식사에서 정작 사람들의 관심을 끈 음식은 울릉의 봄나물 무침이었다.

 


최 씨 내외가 마련한 저녁식사에서 가장 인기를 끈 것은 무엇보다 갓 수확한 부지갱이 생채 무침이었다. 막 채취한 부지갱이를 물에 데쳐내 된장과 버무린 무침은 연한 부지갱이 생채의 부드러운 맛과 향을 선사했다.

 


제 철에 나온 농산물이 몸에 이롭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는가 싶을 정도로 야들야들한 생채의 싱싱함은 햇볕에 건조한 나물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맛을 뽐냈다.

 


아직 설익은 명이 장아찌는 육질이 부드러운 명이와 함께 살아 숨쉬는 시큰 얼큰한 맛을 풍기며 도시에서 무뎌진 사람들의 미각을 풍요롭게 했다.

 


8년전인가 겨울 눈 속에서 자라난 품질좋은 명이 채취를 위해 노인들이 산에 오르다 추락사하는 일이 매년 벌어진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런데 요즘엔 밭을 일구고 모노레일을 이용해서 명이를 재배하는 까닭에 이런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밖에 삼나물 회무침, 고비나물 무침 또한 입맛을 더했다. 최 씨는 생채의 부드럽고 싱싱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시기는 일년중 4월전후한 지금 뿐이라고 했다.

 


이 맛을 아는 육지의 소비자들은 매년 이 맘때쯤 최 씨에게 전화를 걸어 부지갱이며, 삼나물 생채를 주문한다고 한다. 생채가 출하되는 시기에 맞춰 다량으로 주문한 뒤, 작게 나누고 냉동시켜 봄나물 맛을 두고 두고 즐기는 도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생산한 산나물을 직거래를 통해서 팔고 있다. 그만큼 그가 구축한 고객망은 탄탄하다. 그는 인터넷 쇼핑몰 운영을 그만뒀다고 한다. 전화를 통한 주문을 받기에도 급급한 탓에 쇼핑몰까지 별도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민박집은 남다른 빼어난 경관을 제공한다. 민박집 앞에는 시원한 바다가 펼쳐져 있다. 10평 남짓한 큰 방은 깨끗하게 정리가 돼 있어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화장실 및 샤워실 또한 깔끔했다.

 


다음 날 아침, 슬로푸드문화원 방문단은 아름답기로 이름난 태하리 해안을 둘러 봤다. 그리고 여느 때, 여느 곳에선 맛 볼수 없었던 울릉도 산나물의 진수를 만끽하는 아침식사를 가졌다.


 

 


붉은색 황토층이 선명한 황토구미 동굴을 뒤로 한 채 고개를 넘으니 태하리 북서쪽 해안가 절벽의 끝자락이 천년기념물 제49호 대풍리 향나무 자생지와 함께 황홀한 속살을 드러냈다.

 

학포항에서부터 이어지는 울릉의 아름다운 해안가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이 곳은 그야말로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천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마침 바다에는 잠수부를 동원해 바닷속 소라, 전복을 캐는 어선이 눈에 띄었다. 수십미터에 이르는 바닷속 절벽이 깎아 지르듯 늘어서 있는 울릉도에선 바다속에서 자생하는 전복이나 소라 등의 채취를 위해 잠수부를 쓰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나중에 전해 들은 얘기지만 이 잠수부들은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들이 사라지면 무지막지한 트롤어선이 바다속을 싹쓸이하는 어업이 판을 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해녀학교를 통해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한 해녀를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날 일행을 이끌고 태하리 해안가를 함께 방문한 최 씨는 잠수부가 숨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실제로 얼마전 잠수부로 일하던 새터민이 사고로 인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며 잠수부의 남다른 노동강도를 전했다. 때문에 모든 작업은 선장보다는 잠수부에 뜻에 따른다고 한다. 선장 역시 잠수부의 선택에 맡긴다고 한다. 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배를 운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갑작스레 떼지어 나는 갈매기떼의 군무를 뒤로 한 채 다시 황토구미 동굴로 돌아온 일행은 울릉도 더덕 막걸리를 즐겼다.


 

 

마침 슬로푸드 교육을 앞두고 있던 김종덕 이사장은 이걸 마시고 취하면 교육하는데 지장이 있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삼이나 더덕은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는 탓에 이를 이용해서 막걸리를 만들어도 쉽사리 취하거나 뒤끝이 없다는 주변 사람들의 귀뜸에 금새 몇 사발을 들이켰다. 좋은 술 때문이었는지 김 이사장의 우려와는 달리 그날 교육은 매우 순조로 왔다.

 


여객선터미널이 자리한 도동항에서 썬플라워호를 타고 다시 포항에 당도했을 때, 방문단은 하나 둘 이번 울릉도 방문의 성과에 대해 여러 얘기를 나눴다.


 

 

이들은 이번 방문의 최고 성과로 하나같이 연한 된장과 고추장, 식초에 무친 울릉의 다양한 산나물을 꼽았다. 그 맛을 잊기 어렵다며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금 주문을 하겠다고 저마다 말했다.

 


그날 맛 본 울릉의 나물무침은 연한 된장이 함께 버무러 졌을 뿐 별도의 맛을 내기위한 식재료는 쓰이지 않았다. 그 맛이 훌륭했던 까닭은 천연의 재료에 있었다. 돌아오면서 단맛을 비롯한 갖은 향료로 범벅된 우리의 음식을 되돌아 봤다.

 


그 재료가 좋았더라면 저렇게 진한 소스를 필요치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서 과연 재료의 풍미를 충분히 느꼈던 적이 얼마나 될까 하는 물음을 스스로 던지기도 했다.

 


자연이 선사한 울릉의 산나물. 그 맛이 지속해서 후대에 전해지기를 고대해 본다. 그것이 바로 우리 농업을 되살리기 위한 슬로푸드운동이 바라는 것이라 여긴다.


 


 

※ 만물상전망대민박 : 경북 을릉군 서면 태하(학포)리 256번지 최석근 ☎ 010-2532-5441


 

김성훈 기자 newsking@agrinews.co.kr @ 에그리뉴스 agr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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